
생각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조훈현 국수의 『고수의 생각법』은 한 시대를 대표한 바둑 고수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판을 읽는 사고 습관을 일상과 삶의 문제에 접목해 보여주는 책이다.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를 때, 판이 보이지 않아 두려울 때, 고수는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가?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정제된 답변이다.고수는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더 오래 생각한다가장 먼저 느껴진 건, 조훈현이라는 사람의 ‘판단’에 대한 철학이었다.그는 뛰어난 수를 두기 위해 천재적인 발상보다 기본기를 철저히 다지는 반복과 성찰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책에서는 실수한 수를 어떻게 복기하는지, 불리한 판에서도 어떻게 의연하게 버티는지, 상대의 강점이 아니라 나의 흐름에 집중하는 법 등을 ..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아무리 애써도 반복되는 일상, 지쳐가는 마음, 그리고 막연한 미래.윤영호 교수의 『삶이 의미를 잃기 전에』는 그런 순간을 통과해본 사람에게 가장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나는 왜 살아야 할까?”죽음을 앞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의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죽음을 준비하라’는 말이 아니다.오히려 ‘살아 있는 지금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직한 탐색이다.삶의 의미는 멀리 있지 않다 – 환자들에게 배운 ‘지금 이 순간의 가치’윤영호 교수는 의사다.그것도 생의 말미를 함께하는 환자들과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의사다.그래서일까.그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하고,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죽음을 앞둔 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불편한 일이다.하지만 그 불편함을 직면하지 않고 살아 있는 시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죽음을 철학이나 의학적 관점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대신 아주 사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당신은 왜 살아가고 있나요?”그 질문 앞에 섰을 때,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삶을 더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거울이 된다.죽음을 안다는 것은, 지금을 더 선명히 바라보는 일이다책은 죽음을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주제로 접근하지 않는다.오히려 우리가 늘 외면하지만 동시에 가장 본질적인, 삶의 반대편에 있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이라는 사실 자체를 조용히 응시하게 만든다. 이호 교수는 철학자, 종교인, 작가, 환자들과의 인터뷰와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주..

사람은 떠나지만, 감정은 남는다.『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은 그 ‘남은 감정들’이 얼마나 조용히, 그러나 깊이 삶을 흔드는지 보여주는 책이었다.권지명 작가는 이 책에서 특별한 사람과의 이별, 그 이후 혼자 남은 감정의 층위를 절제된 언어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단순히 ‘슬픈 에세이’가 아니라, 관계가 지나간 자리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고 있는 책이다.상실의 순간은 끝이 아니라, 감정의 시작이었다이 책은 이별의 순간에서 출발하지만, 이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책을 읽다 보면 상실 이후의 시간이 훨씬 더 길고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된다.사람이 사라진 자리는 빠르게 비워지지 않는다.오히려 함께 했던 말, 나누었던 시선, 무심코 쥐어줬던 손의 감각들이 훨씬 선명하게 되살아난다.작가는 그 감각들을 지..

『섬에 있는 서점』을 처음 읽었을 땐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이의 이야기겠구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알게 됐다.이 이야기는 책보다 더 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상실을 안고 사는 한 남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작은 마을의 관계 속에서 책이 어떻게 마음을 묶고, 또 풀어주는지를 보여주는 감성적인 소설이었다.상실로 시작된 이야기 – 책을 통해 다시 살아가는 남자주인공 AJ 피크리는 외딴 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다.그는 아내를 잃은 후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그의 유일한 관심은 책, 그중에서도 엄선된, “괜찮은 책들”이다.그런 그가 어느 날 서점에 남겨진 한 아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작은 존재가 그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그 변화는 책을 통해 더 넓어진다.이..

“헌법은 법률가들이나 정치인들만 읽는 것 아닐까?”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이효원 교수의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를 다 읽고 나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헌법은 추상적인 법 조문이 아니라 지금 내 삶에서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어떤 일에 분노하거나 침묵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민의 생존 매뉴얼’이었다.이 책은 어렵지 않게, 하지만 깊이 있게 헌법을 읽는 법과, 헌법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알려준다.헌법은 ‘나라의 법’이 아니라 ‘내 삶의 바닥’이다이효원 교수는 책에서 반복적으로 말한다.헌법은 국가를 위한 법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고의 안전장치’라고.사실 우리는 헌법을 너무 멀게 느낀다.TV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이야기, 법정에..